끝내주는 한국영화를 보았다. 2월 14일 개봉한 <추격자>이다.
서울 망원동 골목길을 배경으로 끝없이 쫓고 쫓기는 장면들이 러닝타임 두시간동안
끊임없이 펼쳐지며 내가 그 골목길을 지나가는듯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시작부터, '범인은 지영민(하정우 분)이다' 라고 말해주는 이 영화는,
범인을 잡아 사회악을 뿌리뽑겠다고 나서는 정의의 사도가 아닌,
자신의 밥줄인 여자를 팔아먹은 4885를 혼내주고 돈을 뜯어내려는 엄중호(김윤석 분)가
스스로 단서를 추리해가며 추격하는 것을 보여준다.

합법적이지 못한 보도방 업주이기에 공권력에 의지할 수 없는 김윤석과,
정신과 육체적으로 이상이 있는 살인범의 하정우가 보여주는 끝없는 추격,
숨 졸이며 바라볼 수 밖에 없던 살인범과 미진(서영희 분)의 시간들,
12시간 후면 풀려날 지영민의 증거를 잡으려 초조해 하는 형사들,
전파가 터지지 않는 밀실속의 핸드폰, 드러날듯 하면서도 드러나지 않는 증거들.
게다가 지영민이 살인범인지 모르는 수퍼마켓 아줌마를 탄식하는
내 주위에 있던 관람객들의 한숨소리 마저도 영화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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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에 대한 비판이 약간 허술한 점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나에겐 그것뿐.
시사회 이후로 각종 호평들이 쏟아진다, 김윤석 남우주연상 예감! 이라며
여러 블로거들이 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어도
요근래 보아왔던 한국 영화 중에서는 그래도 최고가 아닌가 싶다.



"어떤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서울에 아주 익숙한 거리이고, 아주 익숙한 골목길이고,
그 속에서 우리가 외면했던 어떤 소외된 모든 것들이 조금 조금씩 모여서
끔찍한 일이 일어납니다.
가감없이 냉정한 시선으로 형상화 시키는 영화가 <추격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 영화배우 김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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