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는 열흘동안 쉬지 않고 한국의 장마비같은 비가 내렸었는데 다시 쾌청해졌고,
이제는 가을이 오려는지 원래 파란 하늘이 더욱더 파랗게 보이고, 아침, 밤으로는 서늘하기도 하다.
최근 한달동안 친하게 지낸 동생들을 세명이나 한국으로 보내느라 (두놈은 이틀동안 연달아 떠났다)
시드니 공항을 들락날락거렸고, 아침부터 공항에서 Oporto 햄버거를 세번이나 먹었다.
공항이라는 곳. 그중에서도 International Airport, 국제공항이라는 곳을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01234

멀리 갔던 가족, 친구, 애인과의 재회로써 기쁨과 반가움의 장소.
하지만 며칠동안 나에게 공항이란 곳은 내가 원래 생각해왔던 그런 이미지의 쓸쓸한 곳이었다.
소중한 사람이 게이트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상당히 우울한 일이었다.
가는 사람은 가버리고 마는 곳.

City에서 지내면서 제일 친했던 아이들이 없어지니 이건 뭐 기분이 영 아니다.
새로 구한 일자리에서 다시 외국친구들을 사귀고 있긴 하지만,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너무 일을 못하는지라 답답한 마음을
외국친구들에게 영어로 말하기도 쉽지도 않을뿐더러 게다가 그 놈들은 더 일을 못한다.
엎친데 덮친것처럼 새로 들어온 룸메이트는 왜 성격이 그 모냥인지..
세상 혼자 사는 듯한 사람인데 도저히 친해질수 없는 성격으로는 세계 최강일듯.
그런 사람하고 크지도 않은 조그만 방에서 함께 잠을 잔다는 사실에 오늘도 맥주 한잔.
아무튼 요즘 맘에 들지 않는 두 한국인들은 우습게도 나보다 나이도 많다는 사실에 맥주 두잔.
이 나라 맥주는 왜이리 맛있는건지 원.

새로 구한 일자리에서 일을 시작한지 한달이 다 되어간다.
호주 사람이 운영하는 곳, 여기서 흔히 말하는 Aussie Job 인데 Pay 도 상당히 괜찮아 만족스럽고,
또한 바로 코앞에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가 있는 곳에서 일한다는 자체도 신기하고,
게다가 처음 시드니왔을때 이런 멋진 곳에서 일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이루어졌다는것에 더 놀랍다.
이건 뭐 생각대로 T도 아니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난 가끔 내가 뭘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종종 그것이 사실로 되어가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예지력이 생기는 것일까.

내가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사실 요즘 운동을 안해서 몸이 약해졌는지 약간 고되게 일을 하거나, 술을 과하게 마시거나하면
하루 이틀정도는 기본적으로 넉다운이다.
하긴 술을 과하게 먹으면 소주 두세병이야 그냥 넘기는 정도겠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말이다.
(웃긴 사실은 요즘은 소주 두병먹어도 안취하는데, 맥주 두병을 마시면 취해서 개가 된다)
또한 기억력 감퇴에, 세상에 건망증까지 생겼다는 것. 아무래도 죽어야하나보다.
말만 하지 말고 다음주 부턴 다시 운동모드로 돌입해야겠다.
지난 주 비치에 놀러갔다가 멋진 몸매의 남자들을 보고, 내 몸을 보고, 깨닫고, 다짐을 했건만
아무 일도 없이 벌써 한 주가 지나버렸다는 것은 기억력 감퇴 때문인가, 건망증 때문인건가? 젠장.

사람도 가려가며 사귈줄도 알고
혼자 밥도 차려 먹을줄 알고
빨래로 해서 척척 잘 널 줄 알고

내 나이 오늘부로 서른이다. 생일이란 뜻이다.
많이 컸다.

물론 International Age는 29세이다. 고로 아직은 행복하다.
내년에는 어떻게 위로한담?


Call me now!  +61 432 183 698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