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고 있는 일이 조금 늦게 끝나는지라, 종종 퇴근 후 독일인 친구와 근처 24시간 펍에 가서
맥주마시며 당구치고 그러다 보면 새벽 네다섯시는 후딱이다.
그런 습관에 일 끝나고 집에 바로 와도 독수공방 지낸지 오랜 시간이 흘러서인가 잠은 잘 오질 않고
블로그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늘 자던 시간에 잠들기 마련이고,
눈을 떠보면 해가 중천에 떠있는 점심시간인데, 새로 이사 온 집의 매트리스가 그다지 편하질 않아
밤새 잠을 설쳤는지 피곤해서 도무지 일어나기가 싫은거다.
이리 비비적 저리 비비적 거리다 보면 다시 일하러 나가야 하는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또 그렇게 집을 나서 걷다 보면, 사방 떼까리 천지에 한국 사람과 중국 사람 천지인
여기가 서울인지 베이징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드니 시티를 지나고 있고,
달링하버에 도달하면 아하 이곳이 바다가 있는 베이징이었군 왠 중국인들이 이리 많은지.
세계 5분의 1인구가 중국인이라 여기도 5명 중 한사람은 중국사람인 것이다.

한국은 겨울이라 첫눈도 내리고 손발 오그러들 정도로 춥다던데, 이쪽 남반구는 여름이어야 한 것이지만
지구가 오염되어 기상이온이 있나보다. 이 나라에서 오래 사신 분의 말씀으로는 왠 비도 이렇게 많이 오고,
덥지도 않고 말이지 참 이상하단 말이지. 경제는 이 모양이고, 손님도 없고. 세상이 어떻게 되가려는지 원.
덥지 않아서 좋긴 한데, 그래도 한 여름의 시드니는 40도까지도 올라가 주고 말이야,
길거리에는 벗고 다니는 멋진 외국인 아가씨들도 많이 볼 줄 알았는데 조금은 실망스럽다.
참, 왠 커플들이 이리도 많아? 좀 맘에 든다 싶은 아가씨는 몽땅 남자친구가 있다니 내참원.
이제 나도 연애에 대한 감을 슬슬 잃어버릴때가 왔는가, 내 친구에게 넌 연애 감을 잃은지
오래되었다고 놀렸던 아련한 몇달전의 추억이 떠오르며 내 자신이 부끄럽다.

뜨거운 햇살의 맨리 비치는 천국이었다.

밤중에는 하이드파크를 가로 질러 다니면 참 위험하다고 해서 이 근처로 이사온 며칠동안은
괜히 쫄아서 큰길로 돌아다녔었는데, 술먹고 집에 가다 보면 몸이 힘들어 일부러 하이드파크를
가로 질러 다닌다. 에라 술도 먹고 제정신도 아닌데 뭐가 무섭겠냐. 그러다 보니 요즘은 별로
두려운 것도 없이 잘만 다닌다. 위험하긴 하겠지만 말야 위험하면 열심히 도망가면 그만이다. 
호주와서 코알라, 캥거루는 커녕 야생동물이라 해봤자 빽빽 소리 질러대는 앵무새밖에 못봤는데
밤에 하이드파크를 지나다 보면 쥐보다는 크고 고양이만한 눈 동그란 동물을 볼 수 있다.
인터넷 검색을 아무리 해도 이름을 알 수 없어서 포기.

일단 돈을 벌고 있으니 내년쯤 예정인 여행 계획이나 철저히 세워서 더더욱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하겠다.
한국보다 돈 벌기는 쉬우니, 너도 나도 죽겠다는 소리만 해대는 사람들이 가득한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씩 흔들리기는 사실이다.
명박님이 부디 나 한국 돌아가기 전에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시길 바랄뿐이다.


이런 개소리는 집어치우시고요.


아무튼 이래 저래 피곤한 하루하루의 반복이지만 아직까지는 살기 좋다. So far, so good!
호주 생활 제2막이 열리고 있다.

단 하나, 나 아는 사람들 내 전화번호 알면 전화 좀 바란다.
국제전화 5분으로 외로운 친구 달래주면 어디 손가락 부러지냐!
단 한국시간으로 오후 1시 이전으로 전화주면 참 고맙겠다. 그 이후는 엉아가 조금 바뻐서
전화를 못받을 수 있어서 당신들이 실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시드니입니다. (클릭하면 꽤 크게 보인다. Click this photo to see big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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