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의 첫 추석을 보낸게 엊그제 같은데
한해가 지나고 어느새 설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친지 어르신들에게 안부전화를 드리다 보니 슬슬 배가 고파왔다.
추석에는 동그랑땡이 그렇게 먹고 싶어 죽을뻔하다가 결국에 재료를 사다가 만들어 먹었는데,
이번에는 설날하면 빼놓을 수 없는 떡국이란 놈은 그다지 땡기질 않는다.

일하는 곳에서 종종 떡국을 만들어 먹어서 그런가.
하긴 내가 일하는 달링하버 바로 옆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떡국을 비롯해 김치찌개, 된장찌개, 하물며 족발까지 삶아 먹었으니
특별하게 먹고 싶은 것이 없는게 당연지사.
단지 전날 술을 꽤 마신탓에 뜨끈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었는데
때마침 친구가 쇠고기무국을 만들었다길래 냉콤 얻어먹었다.

반갑다 쇠고기무국아.
오랜만에 먹은 탓도 있지만 쓰린 속을
살살 달래 주는게 이보다 맛있을 수가 없었다.
고맙다 친구야. 내 위장이 행복해했어.


한국은 무지무지 추운 설날을 맞이했는데,
여기 호주는 국경일인 Australia Day 를 맞이하여 시드니 곳곳에서 여러가지 페스티발이 열렸다.
하지만 엊그제까지 섭씨 41도까지 오르며 무더위를 자랑하던 날씨가
Australia Day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며 나의 기대를 절반쯤 무너뜨렸다. 나가기 귀찮을만큼.


오후 8시반부터 달링하버에서 벌어진 불꽃놀이는 보고 왔는데,
New Year 때의 그것보다 아주 조금 더 멋졌다.
불꽃을 터뜨리기 직전, 어떤 웅장하고 근엄한 노래가 달링하버에 울려퍼졌는데,
주위를 살펴보니 따라부르는 노랑머리 외국인이 꽤 있었고, 호주의 국가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나라는 이러한 페스티발로 통해서 시민들 모두 참여하고 즐기게 만들면서,
거기다 조국의 소중함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느낀다.
역사는 짧지만 나라의 충성도는 세계 TOP 수준이 아닐까.
즐기면서 나라를 사랑하게 만드는 대단한 나라.
012345678

스포츠 경기 하나에도 태극전사라는 부대를 만들어 금메달 아니면 패배자를 만들어 버리고,
국민들이 즐기는 쇠고기도 마음놓고 먹지 못하게 하고,
말로만 아름다운 우리강산. 조각조각 끊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을 가능케 하는 한국이
유난히 씁쓸하게 느껴져 버리고 말았다.

오늘밤엔 어디선가 생긴 내 친구들과 함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호주산 쇠고기를 곁들여
맛난 저녁을 즐겨야겠다.
Happy Happy New Year! Happy Australia Day!

이 놈들이 대략 내 친구들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