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EPL 멘체스터유나이티드와 레딩의 경기가 끝났습니다.
멘유가 2:0 으로 이겨버렸네요.
박지성이 오랜만에 선발출장을 했지만, 전반전만 뛰고 긱스와 교체되었습니다.
부상으로 인한 체력적인 문제가 있었군요. 작년 시즌과 같은 활발한 움직임은
아직은 찾아 보기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가 곧 있으면 경기를 갖게 되는데, 그 때 좀 더 멋진 플레이로
그의 활약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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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날 때까지 멘유의 공격수들은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들이 빈번히 보였습니다.
루니와 테베즈, 그리고 호나우두까지 뭔가가 맞지 않는 플레이를 하더군요.
후반부에는 공격수 3명과 레딩 수비수 1명의 역습 찬스에서도 골을 넣지 못하는
어의없는 모습을 보았는데, 해설자는 '저 세명의 몸값이 얼마입니까' 라면서
몸값을 못하는 멘유의 공격수들을 질타하는데 참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몸값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는 것을 경기 막바지에서 보여주더군요.
루니의 뽀록성 짙은 슛 - 어찌보면 감각적으로 방향을 바꾼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 과
인져리타임에서의 호나우두의 골기퍼와의 1:1 찬스에서 정확한 슛.. 그리고 골인.
아무리 그들이 쿵짝이 안맞는 플레이를 하더라도, 결정적인 골찬스를 날려먹더라도,
결국에는 해내는, 그래서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선수들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자신에게 거는 팬들의 기대와 퍼거슨 감독의 신뢰, 불안한 리그 1위 싸움 등,
그러한 것들을 멋진 골로써 보답과 방어을 하는 것이겠죠.
그들의 천문학적 몸값은 괜히 책정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만큼의 활약을 해내는 실력과 노력들이 그 몸값이 거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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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에서도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저는
그들이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30년동안, 부모님이 거는 저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제대로 보답하지도 못합니다.
매년 초, 더 나은 우리들의 되자는 친구들과의 다짐들도 확실히 이뤄나가질 못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먹어 온 수많은 끼니들이 아깝습니다.
그동안 나를 위해 쓰여진 천문학적인 돈들이 너무나도 아깝습니다.

오늘 밤은 너무나도 우울합니다.
발전적인 나를 찾고자 준비했던 시간들이 이제는 조금씩 허무하게만 느껴집니다.
이대로 지내다가는 극단적인 염세주의자가 되버릴것만 같습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해지는 오늘 밤은
정말 외롭기만 합니다.

염세주의자의 EPL 감상문   |   2008. 1. 20. 02:51   |   FOOT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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